어, 이번에 다녀온 데는 아니고 작년 여름휴가였는데 여행기를 이제 쓰네요.
여행기 쓰는 속도보다 여행의 리젠타임이 더 빨라서 왠지 여행기가 밀리고 있습니다.
중국 성도/구채구 여행입니다.
다른 안 쓴 여행지도 많은데 왜 여기부터 쓰느냐 하면...
여기 물빛이 죽이거든요.... 이 옥빛이라 할만한 청록색의 물은 물감 푼 것도, 색보정한 것도 아닙니다. 저게 정말 천연의 물빛이에요. 오히려 사진에선 색이 덜 예쁜.
석회질이 많이 섞인 물에서는 저런 빛깔이 나올 수 있다고 합니다. 뉴질랜드에서도 저런 호수들을 종종 봤었어요. 하지만 구채구 물빛이 더 예쁩니다. 정말 죽이는 물빛이에요.
청록의 호숫물은 바닥이 다 비치도록 맑고 바닥에는 죽은 나무들이 가라앉아 있습니다. 저 안에서는 부패 과정이 대단히 느리게 진행된다고 해요. 수백의 세월을 품고 있는 게지요. 고산지대라 호수들은 각자 산에 둘러싸여 있는데, 맑은 날이면 그 호숫가의 산과 하늘이 호수 표면에 거울처럼 비친다고 합니다.
우린 흐린 날에 가서 그것까지 못 봤어요. 그래도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구채구는 사천성에 있습니다. 매운 음식 많이 먹고 얼마 전 사천성 대지진을 겪은 지역이죠.
우리는 성도 공항에 내려서 차로 구채구로 이동하는 패키지를 다녀왔습니다. 성도에서 구채구까지 6시간쯤 걸리므로, 시간을 아끼려면 바로 구채구 공항에 내리는 일정이 좋답니다. 우리는 이 패키지가 좀 더 쌌기 때문에 돈을 아꼈습니다(...)
이 지역은 죄다 고산지대입니다.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에도 귀가 멍멍하죠. 해발 3000m가 넘기 때문에 고산증 있는 사람은 주의해야 합니다. 어릴 수록 뇌가 사용하는 산소량이 많아서 젊은 사람이 오히려 고산증에 약하다고 해요. 우리 일행 중에도 고등학생 한 명이 고산증을 일으켜서 고생했네요.
출발 전 공항 약국 등에서 고산증 약을 미리 구입해 가져올 수 있습니다. 가이드에게 살 수도 있지만 더 비싸요. 하지만 이 약 먹는다고 고산증이 안 생기는 건 아니더군요.
황룡 입구에서 황룡 정상(오채지)까지 가는데 도보로 2시간 가량 걸린다고 합니다. 길도 나무로 잘 깔려있고 엄청나게 험한 길도 아니지만... 힘듭니다. 엄청 힘듭니다. 이 동네는 산소가 부족하걸랑요. 가만 있어도 머리가 핑핑 도는데 움직이면 더 돕니다.
그러니 케이블카 탑니다.
케이블카 타면 중간까지 갈 수 있습니다. 한 시간 정도 주변 경관을 바라보며 걸었습니다.
걷기에 참 좋은 풍경입니다. 오래된 나무들은 신령스럽고, 촉촉하며, 길은 나무로 잘 깔려 있습니다. 화산 지형이라 곳곳에 흐르는 물길도 특이하고 아름답죠. 중국이 이런 관광지 관리는 매우 잘하기 때문에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해요.
황룡 정상인 오채지입니다. 햇볕을 받으면 다섯가지 색채로 빛난다 하여 그런 이름인데, 참 아름답긴 하지만 보슬비까지 내리는 흐린 날씨여서 반짝반짝 빛나는 광경은 볼 수 없어 아쉬웠습니다.
오채지를 가까이에서 보고, 걸어서 내려갑니다.
(안고 있는 건 우산과 산소통)
고산증까진 아닌데 위로 올라갈수록 숨이 차고 두통이 생기더군요. 심호흡을 하면서 느리게 움직여야 했습니다. 빠르게 움직이면 산소가 소모되어 더 힘들거든요. 저 산소통 안의 산소를 한 번씩 마시면서 올랐습니다. 그러면 멍했던 머리가 다소 맑아지더라고요.
그리고 하이라이트인 구채구에 갑니다.
이곳은 산악지대라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가득합니다. 그 산자락 아래에 수십 개의 호수가 있죠. 차를 타고 달리는 동안 다양한 형태의 옥빛 호수가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진주탄 폭포에 갔습니다.
튀어오르는 물방울이 진주와 같아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네요.
압도될 정도로 거대한 폭포는 아닌데, 잔줄기가 하얗게 퍼지는 것이 구경할만한 폭포였습니다.
왜인지 이 근처 나무에는 거미줄이 잔뜩 붙어 있네요. 폭포 물이 맺혀 하얀 솜털 같이 보이는 거미줄들이 나무 곳곳을 감싸고 있었습니다.
사진 정말 많네요. 다음편에 계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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