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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극은...
어느 배고픈 저녁 무작정 김치전을 만들어먹겠다고 나선 만용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재료가 하나도 없네요. 집에서 뭘 만들어먹은 적이 있어야 남는 재료가 있지(...) 아무튼 늙어가는 김치 한 통과 부침가루와 계란으로 김치전에 도전했습니다. 오징어와 고추와 양파는 보조재료니까... 없어도 된다고 치고. 갖출 건 다 갖추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요, 요리 실력을 갖추지 않았습니다-_- 1.반죽 만들기. 일단 부침가루를 보울에 부었습니다. 계란을 하나 깨 넣었습니다. 물을 부어서 휘휘 저었습니다. 물이 좀 많군요. 부침가루를 더 부었습니다. (양이 많아지기 시작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김치를 무작정 투하. 2. 1차 전 부침.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부쳐 봤습니다. 어째 기다려도 기다려도 안 익네요. 불을 세게 해 봤습니다. 탔습니다T.T 먹어보니 김치전은 김치전인데 가운데는 안 익고 뭔가 부족한 듯 하군요. 3. 1차 반죽 수정. 인터넷 검색한 결과 반죽이 너무 되면 두껍고 안 익는다는군요. 물을 좀 더 부었습니다. 평소에 먹던 크기의 김치를 그대로 넣었더니 너무 커서 서로 겹쳐진 모양입니다. 냉면 면 자르듯 가위로 김치를 숭덩숭덩 잘라줬습니다. 4. 2차 전 부침. 다시 부쳐 봤습니다. 그래도 잘 안 익네요. 참을성을 가지고 한참 기다려봤습니다. 흐음... 전다운 형태는 갖추었는데 여전히 뭔가 부족하네요. 그리고 한참 익혔는데도 가운데는 거의 익질 않았어요. 전답게 바삭거리는게 아니라 흐물흐물해요. 가운데는 부풀어오르기까지 해서 전이라기보다는 팬케잌같은 느낌? 5. 2차 반죽 수정. 다시 인터넷 검색. 전 한 장을 부치는 반죽 양은 국자 하나에서 하나 반이라는군요. 난 국자 세 개 부었는데! 어쩐지 후라이팬이 넘치려고 하더라...-_- 김치끼리 마구 겹치는 것을 보니 반죽에 비해 김치의 양도 너무 많은 것 같아 부침가루를 더 부었습니다. 그러니까 반죽이 되지네요. 그래서 물도 더 부었습니다. 계란도 하나 더 깨넣었습니다.(지금 반죽의 양적 증가과정을 보고 계십니다) ...그런데, 국자 하나가 전 한 장이라면... 이 반죽... 대체 몇 장 분량이야OTL 혼자 사는 남자의 혼자 사는 여자에 대한 작업 멘트같은 상황에 처했습니다. "같이 먹어주세요! 저 혼자 먹으려면 2박 3일을 이것만 먹어야 해요!" 그러나... 차마 남에게 먹일만한 음식은 아니라서.... 쿨럭쿨럭. 6. 3차 전 부침. 한 장 분량은 국자 하나. 후라이팬 위에 붓고 얇게 펴 줍니다. 그렇군요... 전도 밀가루 반죽이랍시고 부풀어오르는 거였군요... 게다가 반죽 수정을 하면서 많이도 휘저어줬으니 더욱 잘 부풀어오르십니다. 너무 얇게 한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은 기우였군요. 익어가면서 적절한 두께가 되네요. 아까보다 더 빨리 익는다는 사실을 간과해, 탔습니다-_- 7. 4차 전 부침. 아까의 반죽으로 다시 전 부침. 슬슬 김치전이 질리기 시작했습니다(앞선 실패작들... 버린 게 아닙니다. 먹어가며 부치고 있습니다) 중불로 조심조심. 안 익는 부분 없도록 잘 눌러가며 잘 익혔습니다. 오... 뭔가 이상하지만 제법 김치전스러운 모양인데.... 먹어보니... 아직도 뭔가 부족해! 게다가 모양만 그럴듯하지 맨 처음 부쳤던 전보다도 맛이 없어! 익은 김치의 진한 맛보다는 대부분이 밀가루맛. 아무래도 김치가 너무 많은 것 같았다는 초반의 판단은 미스였나봅니다. 김치전에 김치는 많았어야 하는 거였어요... 김치국물 첨가된 익은 밀가루반죽 먹어봤자 기쁘지 않아요T.T 8. 3차 반죽 수정. (아직도 굉장히 남은 반죽 그릇을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김치를 더 넣어야 할 상황... 분명히 그런데 두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난 대체 언제까지 김치전만 먹고 살아야 하는 걸까요! 아무튼 김치를 썰어넣었습니다. 그리고 반죽을 냉장고에 넣었습니다. 더 못먹겠어요. 오늘은...T.T 9. 5차 전 부침. 내일도 즐거운 김치전 식사~~~ 모레도 즐거운 김치전 식사~~~ 투 비 컨티뉴...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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